“그래서, SF 청혼소설입니까.”
다음 주, 5월 말에 출간됩니다. 작은 중편소설입니다.
얼마 전 오랜 지인으로부터 정중한 메일을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결혼을 할 예정인데, 남편과 아내 모두 팬이니 프러포즈용 소설을 써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프러포즈를 하면서 낭독할 용도로요. 혹시라도 무례한 부탁이라면 미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과 함께요.
메일을 보자마자 웃음이 났어요. 아직까지 로맨스 소설은 둘째 치고 남녀가 이어지는 소설도 써 본 적 없는 작가에게 프러포즈 소설이라니. 가능하겠나, 하는 생각 너머에서 흥미가 생겼습니다. 어차피 같은 원고료요, 명확한 의뢰가 아니겠습니까. 축하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읽다가 이 사람이 창피해서 대기권 밖으로 탈출해버릴 소설을 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SF 청혼소설입니까.”
“SF말고 다른 걸 쓰실 수 있어요?”
“그런가.”
“SF말고 다른 걸 쓰실 수 있어요?”
“그런가.”
쓰기 전에 기존에 있는 SF 청혼 소설을 참고했습니다. 배명훈 작가의 『청혼』(문예중앙)과 곽재식 작가의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온우주)를 재독해보니, 다들 어디론가 가는 이야기라, 저는 기다리는 소설을 써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또 예전에 「미래로 가는 사람들」(『멀리 가는 이야기』수록, 행복한 책읽기)을 쓸 때 조금 생각해두었던 주인공의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택했습니다.
낭독할 것을 전제로 한 소설이라 배경음악을 부탁했습니다. 의뢰자께서 선택한 노래는 ‘화이트’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입니다. 책을 읽으며 함께 들어 봐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집필 중에 함께 들었던 노래는 임태경이 부른 패티김의 ‘사랑은 생명의 꽃’과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입니다.
출간에 대한 욕심 없이 단 두 사람만 볼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가벼운 마음인 동시에 다른 종류의 긴장감을 갖고 임했습니다. 단 두 사람만 만족하면 되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만족해야 했으니까요.
로맨스를 써 본 적은 없지만 제대로 쓴다면 나 스스로가 변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다 쓰고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으면 제대로 쓴 것이 아닐 거라 생각했어요. 다 쓰고 나니 실제로 그런 마음이 들더군요.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을 위해 쓴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글쓰기가 부드러워지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은, 또 한 사람을 생각하며 사는 것은 사람의 삶을 얼마나 바꾸게 될까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내가 변한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이 글을 제대로 썼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프러포즈는 성공적이었고 두 분은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간혹 접하는 두 분의 사는 모습이며, 나누는 대화가 마치 이 소설의 속편과도 같아서 행복하고 기쁠 뿐입니다.
하나뿐인 독자와 완벽한 편집회의도 나눌 수 있었고, 글값 이상의 많은 감사를 받았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그저 글을 쓸 뿐인데, 사람의 일생에 이처럼 중요한 일에 함께할 수 있다니.
하나뿐인 독자와 완벽한 편집회의도 나눌 수 있었고, 글값 이상의 많은 감사를 받았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그저 글을 쓸 뿐인데, 사람의 일생에 이처럼 중요한 일에 함께할 수 있다니.
* 배경음악 미리 들어보기 : 사랑 그대로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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