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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식/작품소식(국내)

[다행히 졸업] 출판사 소개글 (2016/10/16)

by boida 2023. 6. 9.

“우린 망했다. 아주 떼로 망하고 퍼펙트하게 망했다.”

눈에 띄지 않게, 숨만 쉬다가 졸업하는 게 목표였던 우리들의 학창시절.
더할 나위 없이 나빴던,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유쾌했던, 하지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학교생활을 아홉 명의 소설가들이 되돌아본다.

콱 집어던져 버리고 싶은 과거,
잊고 있던 너와 나의 학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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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학창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

우리는 서로의 생활을 알지 못하기에 ‘나 때는 더했다’, ‘너는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며 세대 간 불행 경쟁을 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슬픔이 있고, 이는 우열을 가리거나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김보영, 기획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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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강명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급식의 질은 낮았고, 어른들은 훈계했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전혀 책임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억울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지지 않으려 애썼고, 내내 유쾌했던 싱싱한 아이들 이야기.

“고등학교 두 곳을 다니며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 훈계하는 사람들이 틀렸을 가능성이 꽤 높다는 사실. 『다행히 졸업』 소설집의 제안을 받은 뒤 고교생 네 명을 인터뷰하고,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어떤 것들은 너무 그대로라서 좀, 오싹했다.” - 장강명

 김아정 「환한 밤」
혼자 밥 먹는 시간. 목이 멜 때면 국물을 떠먹고 항상 식판만 쳐다보며 혼자 점심시간을 견디던 사람, 그렇게 ‘다행히 졸업’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신비로운 단편소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교복을 버렸다. 무거운 짐을 비로소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소설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교복을 내다 버린 것을 후회했다. 거울 앞에서 가만히 다시 교복을 입는 상상을 해 보았다. 교복은 여전히 무거웠다.” - 김아정

 우다영 「얼굴 없는 딸들」
지방도시 여중생들의 방황하는 삶. 사회와 가족들에게서 소외된 아이들의 공허한 심리 상태가 잘 살아난 쓸쓸한 소설.

“「얼굴 없는 딸들」은 일반적인 순서를 따르지 않고 이야기를 뒤죽박죽 섞어서 썼다. 이 소설은 이렇게 쓰여야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방향이나 유속을 염려하지 않고 흐르는 물 위를 표류하는 아이들처럼, 무모하고 위태롭게.” - 우다영

 임태운 「백설공주와 일곱 악마들」
축구냐, 공부냐 그것이 문제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를 배경으로 거리응원을 가려는 남학생들이 벌이는 유쾌한 소동.

“저는 요즘도 텅 빈 교실에서 깨어나는 꿈을 꾸곤 합니다. 일 년에 네다섯 번은 똑같은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대부분 고등학교 시절의 몸으로 돌아가서 어리둥절해하지요. 친구들이 어서 운동장으로 나오라고 소리칩니다. 그러면 저는 ‘이상하다, 난 분명 졸업을 했던 것 같은데’ 하면서도 창문을 활짝 엽니다.” - 임태운

 이서영 「3학년 2반」
학교에서 대놓고 ‘이반 검열’을 하던 시절. 그 당시 성정체성을 고민하던 청소년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상처받은 유키와 한빈, 월야의 이야기로 느껴 보는 그때의 아픈 순간들.

“우리는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에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것에 더 익숙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누가 나를 어떻게 대했건 내가 상처받았다는 것은 알리면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는 서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했다. 서로에게 끊임없이 센 척을 했다.” - 이서영

 정세랑 「육교 위의 하트」
명문고에 입학한 여학생과 그렇지 않은 남학생의 사랑, 그리고 안타까운 이별. 평범한 중학생 가영은 조금 더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한 창우와 친해지지만, 명문고에 입학하면서 서먹해지고 마는데…….

“이 책을 고른 당신이 학교에서의 시간을 잘 이겨내면 좋겠다. 학교 악몽을 꾸지 않는 졸업생이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잘 알아채고, 스스로는 거짓말을 약간 덜 하는 성인이 되기를 응원한다.” - 정세랑

 전혜진 「비겁의 발견」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가 일어났다. 대입 때문에 극한의 경쟁 상황에 놓여 있던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의 죽음조차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다.

“원고 수정의 마무리를 앞두고, 다니던 학교에 가 보았다. 트라우마에 맞서는 것은 마치 갑옷도 없이 초보자용 단검 한 자루만 들고 던전에 뛰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무시무시한 보스몹은 없었다. 이제 그 시절의 어떤 것도 나를 괴롭힐 수 없다는 걸 안다.” - 전혜진

 김보영 「11월 3일은 학생의 날입니다」
고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도 현수막 하나도 내걸지 못하게 했던, 꽉 막히고 답답했던 1992년, 그 시절 이야기.

“간혹 우리 학교는 참 평범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는데, 하고 회상하는 사람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느 학교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면 누군가는 어디선가 싸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없는’ 상태란 쉬이 얻어 낼 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 김보영

 김상현 「나, 선도부장이야」
1990년 전교조 해직사건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선도부장 김유신의 활약. 유쾌하면서도 위악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단편소설.

“저에게는 엊그제처럼 느껴지는 1990년입니다만, 아마 독자 중 상당수는 너무나도 먼 과거의 일로 느껴질 거라고 생각하니 세월이 참 허망하게도 빨리 흐르는구나 싶습니다. 모쪼록 재미있게 즐겨 주세요.” - 김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