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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상

비호외전 드라마 (2022/10/07)

by boida 2023. 6. 11.


중국 WeTV https://wetv.vip/ 에서 비호외전 방영중입니다. 4화 무료. (현재는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10월 6일에 완결되었고 한국어로는 지금 28화까지 볼 수 있습니다(현재는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용 소설 중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고 하고 국내 번역서도 절판중입니다. 설산비호의 전편으로, 청나라 시대, 이미 총도 있고 무림은 저물어가는 무렵입니다.
그래서일까, 이 드라마에는 과한 경공도 어기어검술도 장풍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액션은 땅에 붙어 있고 배우들은 현실의 무술을 나눕니다. 그게 정말 아름답네요. 그간 상대를 깨고 부수는 데 목적이 있는 서양식 액션만 오래 보다가, 이렇게 춤처럼 합과 합을 나누며 몸의 움직임으로 대화하는 액션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그리고 임우신이 있습니다. 특별출연 : 주연이신 배우가. (화면에서 주인공 바로 뒤의 아저씨) 특별출연 주연이 무슨 말인가 싶은데 첫 화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분량은 특별출연급인데 극을 지배합니다.

임우신이 그려내는 묘인봉은 내내 거의 말을 하지 않는데, 몸의 연기로, 무술로 마음을 전달하는 경지를 깨닫게 해 주네요. 물론 주인공 진준걸도 연기와 액션이 좋고, 두 여주인공인 양결과 형비도 움직임이 아름답고, 그 외에도 거의 모든 배우들의 연기와 액션이 훌륭합니다. 양결이 정말 아름답게 움직여요.

그간 CG와 자본을 쏟아붓고도 영화가 망하는 이유를 시나리오만 생각했는데, 극을 끌어올리는 배우의 연기력의 거대함에 대해 새삼 느끼게 해 준 드라마였습니다. 물론 연출과 화면도 아름답고 각색도 좋아요. 그리고 저물어가는 무림의 쓸쓸함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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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신 이야기를 하려니 양조위부터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샹치에서 서사에 없는 개연성을 만들어내는 양조위를 보며, 이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눈부시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문득 그리워지더란 말이죠.

양조위의 86 의천도룡기가 아직도 의천도룡기 드라마중 최고로 꼽힌다길래 뒤늦게 보았지요. 당시 홍콩이라는 공간에서 고장극 외부촬영은 어려웠기 때문에 실상 연극이나 다름없는 세트장 드라마였습니다. 모든 화면이 방 한 칸 크기의 실내에서 흘러갑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힘이 크고 양조위의 연기가 빛나서 정신없이 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광명정 전투에 이르고 나니, 문득 요새는 의천도룡기를 어떻게 찍나 궁금해져서 2019 의천도룡기의 광명정 전투만 보았단 말이지요.

그리고 현대적인 연출의 힘과 대륙의 드넓은 땅과 자본의 힘을 느꼈습니다... 6대 문파의 무술이 모두 완전히 다르게 펼쳐지는데 너무나 아름답더군요. 액션에 홀려 그 두 화만 스무 번 보았는데.. 이상한 것을 깨닫습니다. 분명 주인공은 장무기인데, ...구석에 앉아 있는 양소가 그 이상으로 눈에 띕니다. 양소는 이 장면에서 무공에 당해 몸이 마비되어 앉아만 있는 그냥 관객 중 하나거든요. 양소가 눈에 띌 자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꼼짝도 못하고 구경하는 사람이 극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

그리고 2019 의천도룡기를 처음부터 보았고... 몇 화 나오지도 않는 임우신의 양소가 드라마를 지배하고 서사에 개연성을 부여하더군요. 임우신은 눈부신 미모와 연기력에 더해서... 추가로 미려한 액션까지 하는 배우입니다. 유일한 단점이 고장극을 싫어하여 많이 안 찍는다고 하네요. 아, 이 드라마에는 역시 역대급 멸절사태로 불리는 주해미 배우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극에서 둘이 액션으로 부딪칠 때가 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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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의천도룡기도 카메라가 임우신에 홀렸다는 기분이었는데 비호외전은 그 이상입니다. 그리고 감독이 미쳤습니다. 남자들의 미친 우정과 집착을 한치의 부끄럼도 없이 밀고 갑니다. 하지만 바로 이거죠. 정식 수입되리라 생각하고 많은 분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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