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들어진 고연령층 애니메이션 중 역대급입니다.
전 회차에 자막 있습니다. 청각 장애인이나 듣기가 어려운 외국인도 즐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칭찬하고 싶네요.
화면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간 일본 애니메이션을 따라 한 화풍도 어색했고 미국 애니메이션을 따라한 화풍도 어색했었는데, 실사풍 배경과 그림체 위에 유화붓으로 칠한 듯한 회화적인 색채를 더하고 만화적인 표정 처리를 한 것이, 딱 더할 나위 없다는 기분이 듭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산세와 사찰과 불화를 내내 보여준 점이 또 왠지 벅차게 합니다.
저는 전부터 ‘한국적인 판타지’란 ‘숨어있던 한국적인 신화를 발굴해서 딱 하나 정하는’ 게 아니라, 신부님과 스님과 무당과 등등이 함께 어깨 맞대고 웃으며 놀고, 서로 다른 믿음을 갖고 다른 신을 모시는 이들이 어떤 배척도 없이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어우러짐 판타지의 근원이 또 퇴마록이겠지요. 근원을 보여줍니다.
‘오컬트’는 호러에 기반하지만 호러에 삼켜지지 않고, 그 호러의 대상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물리치는 장르라서 균형 잡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 균형을 지킵니다. 역시 한국에서는 그 장르의 근원도 퇴마록이겠지요.
12세 관람가지만 12세 가능한지는 의문입니다. 오컬트에 충실하므로 무서운 화면 좀 있습니다. 파묘의 0.65% 정도로는 놀랍니다. 파묘와 마찬가지로 무서운 가운데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팬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원작을 각색하되 충실히 따릅니다. 역시 명작이란 당대가 아니라 아이때 그걸 보고 자란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 어린 날의 꿈을 구현했을 때 나오는 것이려나요.
원작을 볼 필요는 없지만 관객이 기본 설정이나 누가 누군지 정도는 안다고 가정합니다. 원작 1권 초반, 인물들이 아직 서로 모르던 시절에 만나는 사건입니다. 인물의 사연은 짐작만 가능하고, 무엇보다 승희가 소설에 나오기 전 이야기라 소개만 될뿐 사건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주인공들 성격이 진부하지 않고 결이 많습니다. 현암은 젊고 앞뒤 안 가리지만 예의 바릅니다. 준후는 놀기 좋아하지만 똑똑하고 얌전하지만 강합니다. 박신부는 친절하고 우직하지만 곰처럼 돌진하고 우악스럽습니다.
현암이 아닌 박신부를 중심에 놓은 점도 이야기를 신선하게 합니다. 슬램덩크에서 송태섭을 중심에 놓은 것처럼.
박신부 구현이 훌륭합니다. 박신부는 실은 물리퇴마를 하는데 성령의 힘인 줄 아는 게 분명합니다. 강골로 태어나 운동한 적이 없어서 본인이 강한 줄 모르는 겁니다. 기도는 사실 정신통일이고 그냥 주먹으로 악마 뚜까팬 건데 신께서 한 줄 아는 겁니다.
현암과 박신부의 무술이 다른 것을 구현한 것도 좋습니다. (날아다님 / 몸으로 돌진함)
세 명이 처음 만나는 이야기고 승희를 아직 못 만나서 적어도 속편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도 하나의 이야기는 완결됩니다.
흥행해서 속편도 나오고 드래곤라자도 나오면 좋겠습니다. 흥행 안 해도 투자받아 마땅한 회사가 아닌가 합니다. 한국이 앞으로도 극장에 애니메이션 많이 걸리는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 박신부님 버스티켓 받고 마을버스 탑니다. 아마 버스티켓으로 일단 시외버스를 타서 내린 뒤에 연계 버스로 마을버스 탔을 겁니다. 시외버스가 산까지 가지는 않으니까요.
* 박신부님 SF계에서 오래 활동하신 돌균님과 똑같아서 포스터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웃고 있습니다. 제작사는 돌균님을 행사 진행자 내지는 코스플레이어로 섭외하라.
* 퇴마록 애니 보셨으면 2015년의 퇴마사들 이야기 사바삼사라:서도 한 번...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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