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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상

'로그스 갤러리'의 잡상 (2020/07/19)

by boida 2023. 6. 11.

무엇을 떠올리며 썼는지는 나중에야 기억나는 경우도 있는데,

'로그스 갤러리, 종로'에서 전국민의 뇌리에 박혀 있는 테러 현장은 1996년 연대 운동권 진압 풍경입니다.
 
결국 승자였던 국가의 기록만 남은 일입니다만, 제 기억에는 어린 대학생들을 교정 안에 가두고 긴 시간 굶기고 생필품이나 생리대도 반입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형태로 진압한 사건입니다. 당연히 학교는 폐허가 되었는데, 그 폐허가 된 교정을 전시하고 뉴스에서 계속 내보내고 나중에는 극장에서도 틀어주었어요. 하지만 그 처참한 광경을 만든 쪽은 반 이상 국가였는데요. 한국의 대학 운동권이 몰락한 사건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나는 운동권이 잔인한 진압으로 몰락했다기보다는, 그렇게 잔인하게 진압했는데도 시민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관심갖지 않았기 때문에 몰락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운동이 대중과 괴리되었기 때문에.
 
운동권의 공과 과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학생 저항세력이 없어진 이후로, 전국의 대학 등록금은 몇 년 사이에 열 배 이상으로 무섭게 폭등했고, 청년 빈곤과 함께 학벌의 빈부격차와 계급화를 가속화시키게 됩니다. 운동은 몰락하지 않고 변화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