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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상

예스컷, 게임업계 사상검증에 대한 기록 (2019/03/08)

by boida 2023. 6. 11.

2016년의 광기 속에서도 한국에 노동법은 살아있었기에, 그 난리통 속에서도 실제로 기업이 공개적이고 직접적으로 생계수단을 빼앗은 사건은 당시 기록에 의하면 많지 않았다.
2016년 당시 기업이 공개적이고 직접적으로 생계를 빼앗은 사건은 내 기록으로는 세 건으로, 이들은 구별해서 기록해야 한다고 본다.

AA미디어에서 탑툰에 서비스하던 달곰 작가의 연재작을 서비스종료한 사건
나이스게임 TV에서 김경우 캐스터가 하차한 사건
싱타 inc.가 게임 시드이야기에서 일러스트레이터 메릴리를 권고사직시킨 사건
(J노블의 김완 번역가를 추가할 수 있겠지만 J노블은 “계약종료지만 이번 이슈로 계약종료한 게 아니다”며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지지자 입장의 정확한 기록이 필요한데도 찾기 어려운 이유는 지지자는 이런 기록 자체가 악플러를 다시 생산하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예스컷 사건 당시 여자만 피해를 입었다는 말이 일각에서 담론처럼 돌았는데, 위의 4사례 중 2사례가 남성인 것만으로도 사실이 아니며, 여자의 피해와 타격이 극심했다고 기록하는 것이 좋다. 일어난 피해를 반으로 축소할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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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는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직접적인 해고가 아닌 작업물 삭제와 사과문 강요로 진행되었고, 이 현상은 대규모로 일어났다. 이 또한 결과적으로는 창작자에게 큰 모욕과 충격을 주어 스스로 업계를 떠나거나 다음 계약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나, 악플러는 “우리가 사람을 제거했다.” VS “우리가 사람을 제거한 것이 아니다”는 두개의 논리를 모두 이용했다. 

즉, 동일한 사건을 두고 반박하는 사람에 따라 "사람을 제거했으니 너도 제거되고 싶지 않으면 입을 닥쳐라" 혹은 "사람을 제거한 것도 아닌데 왜 난리냐, 아무 일도 없었으니 입을 닥쳐라"라는 논리를 썼다.

기업이 “창작자의 작업물을 삭제하는 것으로 인격을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하여 악플러에게 내던져, 결과적으로 정신적인 피해와 함께 생업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갑질’의 개념을 정의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당시에는 잘 몰랐고, 이제야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한국 기업은 악성민원의 방조자를 넘어서 적극적인 가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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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절망스러웠던 점은 지지하는 단체들조차 현실의 인간의 피해를 복구하려 하거나 대응책을 내놓으려 하지 않고 거시적인 담론만 쏟아내느라 긴 시간 동안 모든 개인이 개인으로서 대응했어야 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명확히 기업에 의한 노동자의 부당 징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자는 물론이고 지지자마저도, 이 문제를 머릿속에서 여성 의제로 전환하면서 그 부분을 망각하는 현상이 있었다. 노동자가 여자든 남자든 부당하게 해고되었으면 복직되어야 하고, 부당한 피해를 입었으면 책임자에게 현실적으로 재정적인 피해보상이 청구되어야 한다. 그런데 연대자들이 여성 의제로 생각을 전환하는 순간, 어째서인지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유구한 인류사의 큰 문제"로 착각하면서, 법적으로 피해를 입은 그 사람 본인이 단순히 복직하거나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놀랍도록 소멸하면서, 거시적인 학술 대회나 칼럼, 논문, 성명서, 큰 의제의 시위 등의 문제로 생각을 전환하는 현상이 있었다. 나는 이 또한 큰 의미의 미소지니로 본다. 여성 의제와 인간 의제를 분리하는 현상이다.

광풍이 줄어든 것은 첫째로는 박지은 작가가 전방위로 대규모 고소장을 돌린 뒤였고 둘째로는 어떤 인물이 웹갤에 상주하며 “너희는 실상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고 나서였는데(이는 공격자의 논리중 후자를 택한 것이다), ‘물리적인 피해를 입는 <고소>’와 ‘너희들에게 아무 힘이 없다는 <무력화>’ 두 가지는 악플러에게 효과적인 대처법으로 기록해 둘 만 하다.

"너희들의 악플이 사람에게 큰 피해를 끼친다"는 말은 지켜본 결과 악플을 막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는 보통 사람에게는 통하는 논리다. 악플러는 말 그대로, '악플'이라는 형태의 범죄를 즐기는 사람들로, 이들의 심리는 일반인과 다르다. 이들은 자신의 영향력이 크다고 믿을 때에 더욱 대규모로 악플을 쓴다. <너희는 아무것도 못 했고 이후로도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이 악플을 줄이는 데에 더 효과적이었다.

악플러 대응법은 손해보험협회의 악성민원 대응매뉴얼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주목할 지점은 다음과 같다. :

1. 강한 보상은 민원을 더욱 양산한다. 
2. 주먹구구식 대응은 민원을 더욱 양산한다. 대응은 모든 사안에 따라 명확해야 하며 구별되어야 한다.
3. 민원을 녹음하고 증거를 확보하여 루머나 거짓정보일 경우 민원자가 책임을 지게 할 것

[기사 링크 : 블랙컨슈머로 더 이상 손님은 왕이 아니다(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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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업의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외주가 아닌 자사에서 2년간 일했던 직원의 작품 전량 삭제를 공지한 것은 다른 의미로 구별해서 기록해야 할 것으로, 이는 정말로 실행한다면 게임 콘텐츠의 최소한 10분의 1 이상은 삭제해야만 하는 게임계 역사상 희대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이 회사는 이 작가의 두 번째 그림을 교체하다가 여초뿐 아니라, 자사 카페나 갤러리뿐 아니라, 전 남초에서 대규모로 욕설과 조롱을 받고 교체를 중단했기에, 실제 게임 내에서 교체된 캐릭터는 3건에 해당한다.

교체에 대한 비난이 페미니즘 진영이 아니라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코어유저층에서 훨씬 더 극심하게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유저들는 "이전의 캐릭터와 분위기가 다르다", "내가 돈을 주고 산 상품이 원하지 않는 형태로 교체되었다"며 교체전보다 더 대규모로, 더 지속적으로 욕설을 쏟아내었다. 지켜본 바로는 비교체에 대한 욕설이 몇 달 정도에서 사라졌다면 교체에 대한 욕설은 몇 년을 지속되었다. 이는 악플러들이 작품의 교체를 요구하되 실제로 바라지 않았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작업을 삭제하는 것으로' 상징되는 '인간을 삭제하기를' 원했고, 회사는 '인간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논리에 응하여 작업을 삭제하였으나, 실제로 악플러들에게 '작업을 삭제하는 것'은 그들이 몰입하는 캐릭터 해석을 파괴하는 일이었으므로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고 보아야 하겠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상할 것이 없다. 이들은 악플러이며, 악플러의 목적은 댓글이라는 적은 노력으로 기업과 기업대표를 움직이게 하고 현실의 사람을 괴롭힐 수 있다는 힘을 갖는 쾌감에 있지, 실제 자신이 요구하는 그 문장 자체에 있지 않다. 애초에 이 비현실적인 논리에 대응한 회사의 어리석음이 크다.

물론 사상검증을 한 회사들이 어떤 종류의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렸는가에 대해 조사하거나 보도하는 언론은 아직까지는 없는 듯하다. 

 

 

블랙컨슈머로 더 이상 ‘손님은 왕’이 아니다 - 시사뉴스피플

개그콘서트에서 종영한 프로그램 중 괴팍하고 까다로운 성질의 두 모녀가 구매한 제품을 바꿔달라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를 펼치며 큰소리를 치던 ‘정여사’라는 코너가 있었다

www.inewspeople.co.kr

 

2019.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