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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식/작품-활동(해외)

뉴욕 대학 북투어 후기

by boida 2026. 4. 2.

유상근 교수님 기획과 진행으로, 한국문학번역원과 방문한 대학들의 지원을 받아 3월 23일부터 27일까지 매일 뉴욕주 대학을 돌며 강연과 북토크를 하는 대장정을 했습니다. 뉴욕대(NYU), 뉴팔츠, 매리스트, 바사르, 바드, 콜롬비아 대학을 돌았고,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는 영상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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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 강연은 이전 VICFA에서 했던 “이어짐에 대하여 - K팝 데몬 헌터스로 본 한국 철학/샤머니즘/신화”의 보완판이었습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저는 한국어로 강연하고, PPT 한 장마다 문장 하나, 관련 화보를 넣어 실시간으로 자막이 흘러가는 듯한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VICFA 때도 어떻게 제 한국어를 통역할지 궁금했는데, 유상근 교수님께서 이런 형태로 PPT를 만들어주셨을 때 감탄했습니다. 언어가 다른 강사의 강연을 일반 청중이 큰 장벽 없이 소통할 수 있게 해 준 방식이었던 듯합니다.

그러면서 강연에 등장하는 책과 제 책을 각 출판사에서 지원받아서, 행사 때 전시한 뒤 그 대학 도서관에 기증했습니다. 박성환 작가의 책은 한 권뿐이어서 전시 후 유상근 교수님께 드렸어요.
이 또한 유상근 교수님의 아이디어였는데, 이전에는 한 번도 해외 행사에 실물 책을 들고 가서 기증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 다소 놀랐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출판사들이 흔쾌히 지원해 주었고, 현장에서도 강연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이 몰려들어 책을 뒤적이며 크게 관심을 보였고, 그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볼 수 있다는 말에 몹시 기뻐했어요. 이번에 크게 배워서,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이런 방식으로 진행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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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주관하는 교수님들이 “특강에 사람 많이 안 와요. 미리 죄송해요……. 10명도 안 올 수 있어요…….”하며 사과받으며 갔는데, 어디 가든 3, 40명 넘는 청중이 자리를 가득 채웠고, 교수님들도 많이 오셨고, 청중의 관심과 집중도도 놀라웠습니다. 끝난 뒤에 교수님들이 행사가 잘 되었다며 좋아하셔서 저도 기뻤습니다. 아마도 유상근 교수님이 제목을 잘 지어주셨고 K팝 데몬 헌터스가 사회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흥행하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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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에서는 오윤정 교수님 수업에서 강연했습니다. 마침 강사 시위가 있어 파업 중이었는데 저는 한국에서 왔다고 배려를 부탁해서 겨우 열었던 수업이라, 교수님께서 3명이나 올까, 하며 걱정하셨는데 다양한 곳에서 서른 명쯤 와서 강의실을 채워 주셨고, 혹여나 무슨 일이 없도록 학과장님도 와서 들어주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제 책과 ‘얼마나 닮았는가’로 수업을 진행하셨다고 하여 관련 북토크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얼마나 닮았는가’가 영어권자에게 어떻게 읽힐지 궁금했기에, 질문을 서로 오가면서 진행했어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예상대로 루크와 레이아중 누가 동생인지에 대해서는 영어권자는 생각조차 안 한다는 것도 알아가고…….

뉴팔츠 대학에서는 강연 후에 한 교수님께서 벌떡 일어나셔서(사진 참조) “이게 내가 가르치는 수업입니다! 나는 우주예요. 우주가 나예요. 나는 신이고 신이 나입니다. 이 탁자와 이 물건도 나예요. 내 다음 수업에 오십시오!” 하시며 몹시 신나서 들뜨시는 바람에 저도 행복했습니다. 오히려 SF나 문학 수업이 아닌 전체 특강이라 모인 분들이 더 신선하게 들으셨던 듯합니다. AI와 과학에 대한 질문이 많았어요.
 

매리스트 대학은 아시아 학회인 줄로만 알고 갔다가 주제가 Post Human Korea였고, 발표자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던 완전한 한국 학회였습니다. 한국에서도 못 들어볼 귀한 강연이 많았는데, 영어가 짧아서……. 학회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이 서러워서, 올해부터는 작정하고 영어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바드 대학의 이순영 교수님께서 제 ‘얼마나 닮았는가’와 윤이형 작가의 ‘작별’을 발표하셨어요. 윤이형 작가님을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같은 발표 안에서 만나니 왠지 눈물나도록 반갑더군요. 그대의 작품은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먼 나라에서도 모두 그대를 사랑하며 기억합니다.
 

바사르 대학은 1세대 한인 교수시라는 문승숙 교수님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교주님께서는 제 작품 중 ‘종의 기원담 1, 2부’를 과제로 내고 학생들에게 리포트 숙제를 내신 뒤 수업을 진행하셨어요. 제 책에 가득히 밑줄과 메모가 있어 정말 감사했었습니다. 수업 시작 전에 잠시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마음이 차분해지며 긴장도 덜 하게 되더군요. 학생들로부터 깊이 있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바드 대학은 거의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숲속의 대학이었습니다. 예술대학이 유명하고 학생들이 진보적이고 퀴어가 다수인 학교라고 들었어요. 수업이 끝나고 여러 학생들이 지난 탄핵 시위에 대해, 또 그 시위에서의 K팝의 역할에 대해 계속 질문해 주셔서 놀랐어요. 나중에 듣자니 이곳의 한 한인 교수님께서 한국 시위의 역사, 그리고 그 시위에서의 K팝의 역할을 가르치신 뒤, 각자의 시위 깃발을 만드는 수업을 하셨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한국어로 깃발을 만들었다고 해요. 이순영 교수님께서 제 소설로 수업을 하셨다며, 문화가 달라 이해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진화신화"를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더라고 말씀 주셨습니다.

콜롬비아 대학은 한국학 연구소에서 강연했고, 한국어를 알아듣는 분과 한국 관련 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와 주신 시간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모두의 한국과 한국 신화에 대한 이해도가 놀라웠습니다. 소장님께서 북한 여성의 노동 연구를 하신대서 또 놀라고... 한국 여성 스나이퍼를 연구하신다는 통역자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나하나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깊이있는 인터뷰를 진행해주신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Jay Oh 디렉터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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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에는 어떤 경험이 될지 상상하지 못했던 듯합니다. 한국에서도 일주일간 이렇게 많은 한국인을 만나지 못했을 것 같고, 평생에 없을 많은 교수님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서로 다른 뉴욕 대학들의 분위기를 느꼈고, 여러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워간 시간이었습니다.
초대하고 지원해주신 한국문학번역원과 매리스트 대학, 그리고 여러 대학들, 책을 지원해주신 Kaya, HarperCollins, Honfordstar, 아작, 텍스티, NYU의 오윤정 교수님, 뉴팔츠 대 김다솔 교수님, 바사르대 문승숙 교수님, 바드대 이순영 교수님, 콜럼비아대 루스 배러클러프 교수님,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Jay Oh 디렉터님, 누구보다도 진행과 기획을 맡아주신 유상근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유상근 교수님께서 기획, 진행, 서류 실무, 통역, 운전사, 로드매니저, 관광안내인, 강연록 첨삭지도교수님, 강연록 번역자, PDF 제작 도우미, 실무 일체를 도맡아 해 주셨는데 그 모두를 완벽하게 하셔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도 플로리다에서 환상학회를 마치고 오시자마자 매리스트 대학에서 아시아 학회 주관하시면서 동시에! 이렇게 실무 잘하는 분 제 애인 다음으로(<-어이;;) 처음 봤습니다. 덕심 아니면 못할 일이라고 하셨는데 ^^ 덕심에 감사드립니다.
매리스트 대학 영문과 유상근 교수님은 SF 대가 셰릴 빈트 교수님 밑에서 수학하셨고, 논문 “북미 과학 소설에 나타난 불교와 도교”로, 한국인 최초로 현대언어학회에서 여성학 및 젠더 연구 논문상을 수상하신 바 있고, 국제 과학소설연구학회(SFRA) 한국대표이시기도 합니다. 다음 학기부터는 런던에서 동아시아학을 가르치실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