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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참고문헌

단편 '아니무스의 저녁'을 위한 독서

by boida 2023. 6. 11.
작년 - 올해 읽은 페미니즘 독서는 대부분 이 짧은 단편을 위한 독서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것일뿐 직접적으로 들어간 건 없어요. 공부하다보니 인류의 반에 대한 학문은 실상 인류학이나 다를바 없구나, 도저히 내가 다 알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만 역시 또 그런 생각이 들 때 즈음에는 마감은 다가오고 소설이란 게 다 그런 거지 하고 내는 거죠. 이것도 학문인데 여자라면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이면 심리학을 알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안이한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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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정희진
입문서로 알려져 있지만, 중간에 내려놓고 다른 책들을 본 뒤에 다시 보니 워낙 심오하고 깊어서 입문서가 아니라 다른 책들을 본 뒤 심화학습용으로 봐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
다방면을 건드리고, 다방면을 직접 체험했고, 첫 시작을 여성이 아닌 장애인으로 시작할 만큼 자기반성과 고민이 깊다. 이 책으로 수업을 했더니 남학생들이 거부하는 사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례나 중간과정 없이 결론부터 나오는 책이고 그 결론이 워낙 긴 고민 끝에 나온 말들이라, 시작하는 사람들은 다른 책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장 긴 시간을 들여 천천히 봤다.

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 – 권혁범
남자 페미니스트의 에세이. 일단 남자가 썼으니(...) 남자의 심리를 남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점이 도움이 되었다.
결국 차별은 남자에게도 해가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고, 가부장적 감수성이 만연하면 그것이 자신의 인격의 일부가 되어버려서, 가부장에 대한 비판이 제 인격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도.

왜 여자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 할까? - 우진규
SBS 스페셜 방송의 부속으로 나온 책. 내내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에서 이제 성역할 고정관념은 사라졌고 양성평등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낙관으로 흘러넘치는 책인데, 그야 변화의 초창기에는 이런 낙관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이 나온 시기 - 10년쯤 전에는 정말 이런 분위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작은 차이 - 알리스 슈바르처
여러 여자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고, 저자는 인터뷰를 기록하며 주로 성관계에서 여자의 만연한 불감증에 초점을 맞춘다. <질 오르가즘이 없다>는 주장에 책 한 권을 다 쓴 기분이지만 목적은 뚜렷하고 효과도 뚜렷하다. 여자 본인의 목소리들이 어떤 현학적인 말보다 생생하다.

킨제이와 20세기 성연구
‘그런데 그게 사실인가?’ ^^; 를 확인하기 위해 그 부분만 확인. 앞서의 책은 조금 과장이고 86%는 없다고. (비슷한 결과인가...) 질은 감각신경이 없지만 결국 성교는 감정의 교감이라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위 책에서처럼 감정의 교감이 사라진 관계의 삽입성교는 불감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레베카 솔닛
화제작이지만 모든 화제작이 다 그렇듯이 가벼운 책이었다. 에세이 모음집이고 책도 작다. 하지만 이건 워낙 다른 책들을 다 보고 나서 봐서 그랬을지도. 쉽게 접근하기에는 좋지 않나 한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 이민경
고민은 있지만 저자가 아직 어리다는 생각을 하고, 딱 20대에 접할 수 있는... 그러니까 주변의 어린 남자들과 대화할 때 어떻게 말하는가에 집중한 책인데 아주 효과적인 말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아주 얇은 책이고 잘 썼지만 평범한 말로 이루어진 책이라 왜 인기인가 의문을 갖고 보았더니 연설문이었다고. 연설이었다면 아주 강렬했을 것 같다.
스웨덴에서는 교과서로 쓰인다는데, 우리도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 케스 R. 선스타인
(어느 정도 유사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민주주의적인 토론을 하면 할수록 극단주의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책. 성차별, 정치성향, 민족주의와 이슬람 극단주의까지 포괄하여 이야기한다. 현대의 이슬람 극단주의는 사원이 아닌 인터넷 채팅방에서 발생한다고. 지금같은 시대에 많이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행복한 페미니즘 - 벨 훅스
페미니즘은 결국 모든 젠더와 함께 해야 하고, 페미니즘 내의 차별주의는 열심히 제거해야 하며, 모든 약자와 계급이 함께 해방되지 않는 한 페미니즘은 없다는 것을, 또 그래야 수월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페미니즘은 남녀/모든 젠더를 포괄하여 성차별반대주의임을 선언하는데, 궁극적으로 성차별반대는 사회전반의 차별반대주의 없이 나아갈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책.

정희진씨 책과 마찬가지로 고전의 면모가 있는 책이다. 복잡한 생각이 많았다가 안정을 시켜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