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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식/작품소식(국내)

[ 저 이승의 선지자 ] 리커버본이 나왔습니다.

by boida 2025. 5. 8.

[저 이승의 선지자] 리커버본이 나왔습니다.

지금 개정한 부분은 없지만 초판본 이후로 꾸준히 조금씩 수정했고, 해외판 나오면서는 또 구석구석 손 봤으니 초기 판본을 사신 분도 구매하실 만할 듯합니다.

우민정 작가님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지를장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표지 그림 작가 노트 :

우리는 모두 나 아닌 것으로부터 왔다. 자신이 온전히 가지고 태어난 것은 그 무엇도 없으며, 자신 스스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없다. 모든 사물과 존재는 관계와 상호작용에 의해 그 존재 유무가 결정지어진다. 자아는 중력과 같이 ‘나’라는 자아를 끌어당겨 모으고, 타인을 외부로 밀어낸다. 하지만 ‘나’의 실존은 외부로부터의 ‘만나짐’과 공동의 어떤 것 사이의 주고받음에서 이루어지고,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알아야만 한다. 나를 비우고 내가 주고받는 것들을 볼 수 있다면 일상의 모든 것에서 경탄과 감사를 배울 수 있다.

자아는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승하였다. 빛과 금과 고귀함, 흔히 찾기 힘든 신성함과 이상을 찾아 비상한 그 장소는 더 이상 빛도, 그림자도 없다. 시간도, 공간도 없는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다. 그 중앙에 불 한 송이가 있다. 불은 모든 것이 동시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선과 악, 생성과 소멸, 분노와 정화, 절망과 희망, 있음과 없음처럼 양극단에 있는 것들을 동시에 태운다.

그림에서 벌들은 반복적인 시도의 움직임들을 통하여 찰나의 꿀을 맛보고, 금이 되기 위해 매일 성실히 찾아 비행한 끝에 불을 만난다. 두 가지 선택의 기로이다. 이들의 서사는 이제까지는 낮은 곳에 있던 존재가 점점 높아지는 희극과 같았다. 벌들은 오랜 끝에 다다른 시공간이 없어진 이 장소에서 삶과 죽음을 결합함으로써 정화되어야 한다. 비극은 높은 곳에서의 자유낙하다. 이 추락은 적극적인 다이빙처럼 아름다워야 한다. 다른 하나의 선택은 가진 모든 것을 비우고 버리는 것이다. 마음 가장 낮은 자리에서, 최소한의 어떤 것도 남기지 않고 벗어난 상태에서 비움을 받아들이고, 벗어나 자신에게서 사라지는 것이다. 이 사이에서 벌들은 서로 손을 잡으며 함께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이러한 장면을 나타냄에 있어 얇게 바른 흙 표면 위를 긁어내고 덮어가며, 물에서 풀, 풀에서 벌의 위잉거리는 움직임들, 별을 따라가며 불을 만나 고요와 무에 다다르는 상승의 서사를 각 자연물과 사물들, 벌로 그 운동감을 담아 은유하였고, 추락하여 다시 재가 되어 물 밑에 가라앉아 다시 수면 위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환원됨을 보여주려 한다. 색감의 변화 또한 흰 물에서부터 시작되어 불투명하게 감춘 듯한 탁색으로, 밤을 향해가는 어두움과 별의 반짝임으로, 다시 그림자 없이 모든 것을 드러내는 투명한 레이어와 같은 화면으로 변화하고 있다.

- 우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