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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낭독공연 (2018/06/10)

by boida 2023. 6. 10.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낭독공연

서촌 공간 서로[링크], 2018 서로낭독 페스티벌
6월 8일 오후 8시
6월 9일 오후 2시, 5시. 2시 후 작가와의 만남
현예솔 연출, 출연 나경민, 조명 김지우, 음악 Kayip, 영상오퍼레이터 전서연

연출가의 말 동영상 링크 : [링크]
공연팀 후기 [링크]

전삼혜 작가의 ‘소년소녀 진화론’ 공연이 원작의 텍스트를 읽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각색한 2차 창작이라는 기분이 들었다면 내 공연은 훨씬 더 직독직해의 낭독이라는 느낌이었다.

뭣보다 배우가 대본이 아니라 그냥 책을 손에 들고 쭉 읽는 것이었다! 더해서 프로젝트로 쏘는 연출의 많은 부분은 소설 안에 등장하는 과학적인 용어나 설정을 웃기게 설명하는 데에(모두 웃음) 쓰여졌다! 내 작품 중 쉬운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과학적인 소리가 많았던가. -_- 내 대중감각 어쩔...

*

무대에는 배우가 앉을 의자 하나뿐. 혹시나 했지만 정말로 배우 한 명의 모노드라마.
혼자 지껄이는 소설로 만들기는 했지만 정말 혼자 지껄이는 이야기였구나. 아주 일부 문장을 뺀 것을 제외하면 책 전체를 그대로 다 읽었다. 연출가님은 뺄 부분이 없었다고 하셨지만 ^^;

하지만 배우 혼자서, 상대 배역도 없이,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의자 하나만 갖고 한 시간 반을 끌어간다는 건 압도적인 느낌이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감정이 널뛰기를 하고 고조되고 가라앉았다가 다시 고조된다. 내 것과는 다른 작품을 보는 기분이라, 전부 외우다시피 하는 내용인데도 장면마다 어김없이 놀라고 웃고 울었다. 두 번 연이어 보았는데도 두 번 다 감정이 몰아쳤다. 각기 다른 부분이었고, 각기 다른 것을 떠올렸다.

여자의 편지를 기계가 읽어주는 부분이 놀라웠는데, 연출만으로 반은 다 함께 박장대소하다가 중간에 웃음이 잦아들다가 반은 어, ... 이거 웃으면 안 되는데 싶게 만들었다. 녹음한 낭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무언의 연기를 하는 짧은 순간도 굉장하고.

아무 무대장치 없이, 또 상대배역 없이, 배우 한 명과 프로젝터로만 구성한 무대라서, 언제든 이 구성 그대로 다른 곳에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배우님도 언제든 다시 해보고 싶다고 말씀해주셨거든요. 동네 사람들...

*

이 소설을 번역하실 번역가 부부님은 전날 저녁에 오셨고, 그날이 남편과 만난 지 5주년 기념이라고 해 주셨다.

다음날 2시 공연 후, 소설의 실제 주인공 부부가 오는 시간에 맞춰 작가와의 시간을 가졌다. 내가 ‘이 소설은 다른 작품의 주인공 성하의 부모님 이야기인데요. 성하는 ...’ 하며 이름을 부를 때마다 부부님이 안고 있는 성하가 제 이름에 반응해 옹아리를 해서 모두 웃었다. 마지막에는 물론 두 부부의 프로포즈 추억과 공연 감상으로 마무리를 했다.
원래는 성하를 부부 두 분 중 한 명이 봐야만 해서 한 명밖에 못 볼 예정이었지만, 2시 공연을 남편이, 5시 공연을 아내가 보는 것으로 하여 결국 두 분이 교대로 볼 수 있었다. 기뻐라.

내 작품의 첫 실사화(?)인 셈이고, 연출가 현예솔 선생님, 무대를 만들어주신 김지우, Kayip, 전서연님, 누구보다도 압도적인 감정을 전해주신 나경민 배우님께 감사드린다. 배우께서 세월호 팔찌를 끼고 무대에 오르셨는데, 그것도 정말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