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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졸업] 소설가 9인의 학교 연대기 : 기획의 말 (2016/10/16)

by boida 2023. 6. 9.
장강명 | 김보영 | 김상현 | 임태운 | 정세랑 | 이서영 | 전혜진 | 김아정 | 우다영 (지은이) | 창비 | 2016-10-21

[다행히 졸업] 기획의 말
 
“당신의 학창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수능이라는 제도가 처음 생겼고, 사교육과 교복이 부활했습니다. 그것은 그 해에만 체험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한 해에는 모든 아이들이 체험하지만 다음 해에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리고, 어른은 누구도 체험하지 않기에 아무도 기록하지 않은 채 잊히고 맙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모르기에 우리는 ‘나 때는 더했다’, ‘너는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며 세대 간에 불행 경쟁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슬픔이 있고, 이는 우열을 가리거나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기획은, 어른들이 현재의 청소년의 생활을 ‘상상’해서 쓰면 ‘현재’에 들어맞지 않을 때가 많다는 어린 시절부터 품어 온 제 오랜 불만, 그렇다고 자신이 경험한 어린 날의 이야기를 쓰면 이미 지나간 이야기가 되고 만다는 이중의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각기 다른 연령대의 작가들이 자신의 학창 시절을 소설로 담고, 이를 한데 이어 현재에서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서와 같은 단편집을 만든다면 의미 있는 작업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기획할 당시 제가 작가를 섭외하며 건넨 질문은 “당신의 학창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였습니다. 학교 잘 다니신 분보다 잘 못 다닌 분들을 우대해 모셨습니다. 감사하게도 다들 기쁘게 참여해 주셨습니다.
제가 작가님들께 부탁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합니다. (중학생이어도 좋습니다.)
     2. 르포 문학을 추구합니다. 가능한 직접 겪은 일이나 실제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자신의 시대에만 잠시 있었고, 그래서 내 세대만 알았던 무엇인가를 기록해 주세요.
      3. 르포를 추구한다 해도 당연히 소설입니다. 자신의 학창시절을 소재로 단지 한 편의 소설을 써 주세요.

1973년생부터 1993년생까지 아홉 명의 작가들이 모였습니다. 각자 학창시절로 돌아가 1990년에서부터 2010년까지 당대의 삶을 기록하고, 2015년 현재의 학교생활은 취재를 통해 그려내었습니다.

서로 보지 않고 썼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만들어 주는 기이한 연결고리에 감탄합니다. 지난 25년간 많은 것이 변했고 또한 변하지 않았음을 실감합니다. 같은 시대를 산다 해도 다른 나이에 체험한다는 것은 또한 얼마나 다른 일인가 새삼 생각합니다.

다소 도전적이었던 기획을 흔쾌히 받아 주신 창비, 함께해 주신 청소년출판부 편집자 여러분, 그리고 작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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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이웃집 슈퍼히어로’에 이은 두 번째 기획 단편집입니다.

기획단편집은
 
1) 작가가 쓰고 싶을 법한 / 출판사가 내고 싶을 만한 / 독자가 읽고 싶을 법한 주제를 찾는다.
2) 내겠다는 출판사가 나올 때까지 찾는다.
3) 작가가 모일 때까지 모은다.

의 원칙으로 진행됩니다.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제가 보기에 이 주제에 관심을 두실 법한 작가님들과 출판사의 문을 두드립니다. 물론 0원칙에 내가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도 있습니다.
 
매년 새로운 주제로 한 권씩 내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도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