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 출장기 1) 여행기



청두 출장기 1)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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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전에 가능한 지역탐방을 먼저 한다는 원칙에 따라 하루 먼저 청두에 도착해 관광. 청두는 싸고 이쁜 팬더 굿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팬더 가게가 산더미처럼 있는 팬더의 도시입니다. 어디 가나 모든 곳에서 귀여운 팬더의 둔둔한 엉덩이를 볼 수 있습니다. 팬더 책만 파는 팬더 서점까지 있어요. 과환세계 공샹시 선생님은 “좀… 과해요… 부끄러워요….” 하셨지만 안 과해요 귀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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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도시 청두에는 로봇 개가 반려동물로 돌아다닙니다. 로봇 유비관우장비가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 어디서 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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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 초당은 다시 갔어도 아름답고 이전보다 더 아름다워져 있었습니다. 고즈넉하고 고아해요. 주요 전시는 한국어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두보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요. 청두에 다시 온다면 올 때마다 가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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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무관리국 SF 축제는 저를 처음 초대해 준 해외 도서전이었습니다. 이곳 웹진에 ‘진화신화’와 ‘니엔이 오는 날’을 발표했었지요. 그때 대표를 포함한 운영진 대부분이 여자였기에, 중국이 한국보다 더 페미니즘적인 나라인 줄로만 생각했었습니다. 이번에 가서야 이곳이 여성주의적인 중국 SF 웹진/에이전시인 것을 알았네요. 래빗홀과 함께 [다시 몸으로]를 작업한 분들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전 직원이 여자라고 합니다. 모두들 SF에 진심이고요. 10년이 지났는데 저와 제 소설을 기억해주고 사랑해주고 계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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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무관리국에서 제게 <여서女書> 문자를 알려주었습니다. 공책과 북마크, 타투 스티커를 선물받았어요. 명말 청초 무렵, 여자라는 이유로 문자를 배울 수 없음에 저항한 한 여성이 직접 만든 문자라고 합니다. 붓이 없어 숯으로 썼기에 마치 칼처럼 날카로운 글자가 되었습니다. 여성들이 자수로 바느질로 문자를 남겨 전파했다고 합니다. 중국 페미니스트들이 이 문자를 토템처럼 쓴다고 해요.
저는 “고통받을지언정 무뎌지지 않는다” 타투를 선물받아 하고 다녔습니다. 그 외에 “산과 바다 어디에도 나를 막을 것은 없으니”, “삶은 궤적이 아니라 펼쳐진 평원이다” 등의 아름다운 문구 타투를 받았습니다.
이 이야기가 이토록 마음을 울리는 까닭은 그 무엇보다도, 어떤 억압과 탄압 속에서도 글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는 마음이 느껴져서가 아닐까 합니다.
플라뇌즈 SF 대잔치 때 선물받은 타투 들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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